함양출신 서철원,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출간

함양출신 서철원,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출간: 7년간 쓴 단편소설 7편 묶어…‘함양’ 공간과 과거‧현재 중첩된 낯섦의 미학 선보여; 2020.09.09 16:59 입력

박철기자 pc2000u@hanmail.net

<div><table class="__se_tbl_ext" align="center" _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img alt="함양출신 서철원,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출간" width="423" align="absmiddle" src="http://www.hytoday.kr/PEG/15996380782005.jpg"></div></td></tr></tbody></table></div>함양 출신의 유명 소설가인 서철원(55) 작가가 최근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바른북스‧2020)을 출간했다. 이 소설집은 서철원 작가가 2013년 등단 이후 7년여에 걸쳐 발표하거나 미발표된 단편소설 7편을 묶은 것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멀게는 선사시대부터 가야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소설마다 설정된 ‘함양’의 공간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삶의 무대로서의 서사적 배경이 된다. 특히 역사적인 사건과 접목된 ‘함양’의 공간은 시간·공간 이미지를 반영하는 서사물로서 현실적·실제적 스토리를 들려주며, 과거와 현재가 중첩된 구성 면에서 의외의 낯섦이 때로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함양읍 ‘연밭머리’에서 나고 자란 서 작가는 전주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탄탄한 작품과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서철원 작가가 가볍지 않은 생의 무늬를 느꼈던 고향 함양과 이상향에 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그려졌다. 서 작가는 이 작품에 나타나는 ‘함양’이란 공간에 대해 “아주 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고향’에 대한 유토피아적 공간에 해당되며, 누구든지 인생을 열어가는 데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시간 이미지로서의 ‘공간의 역사’를 보여준다”며 “종세와 깔때와 쇠돌이로 불리던 사람들의 풍경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미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긴 시간을 풀어놓고 당도한 ‘함양’은 과거 저편의 입자들이 단 한번 공간을 떠나거나 이탈한 적이 없는, 아주 먼 옛날 옛적부터 이어져온 당신들의 고향이며 유토피아에 해당된다. 이제는 돌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당신에게 묻는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는 서 작가는 2013년 계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 수상 후 같은 해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최우수상, 2016년 제8회 불꽃문학상, 2017년 제12회 혼불학술상, 2019년 제9회 혼불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올해 『최후의 만찬』으로 세종도서 문학부문 ‘우수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2015년 장편소설 『왕의 초상』, 2017년 장편소설 『혼,백』, 2018년 학술연구서 『혼불, 저항의 감성과 탈식민성』, 2019년 장편소설 『최후의 만찬』 등이 있다. <div><table class="__se_tbl_ext" align="center" _id="news_image"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border-image: none; margin-top: 15px; margin-bottom: 15px;" border="0" cellspacing="0" cellpaddin="0"><tbody><tr><td><div style="margin: 8px;"><img alt="함양출신 서철원, 소설집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출간" width="440" align="absmiddle" src="http://www.hytoday.kr/PEG/15996381034772.jpg"></div></td></tr></tbody></table></div><div> </div>다음은 작가와의 일문일답. ◆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출간한 소감은?제목을 놓고 많은 고심을 했습니다.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이란 제목이 이 책에서 유효한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좀 필요했습니다. 소설집의 내용과 성격을 면밀히 따져 최종적으로 이 제목을 선택하였으므로, 후회는 없습니다.  ◆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특별한 계기라기보다, 이 소설집이 보여주는 문학에서의 공간적 정체성은 ‘함양’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까마득히 먼 선사시대 ‘바리공주’ 신화부터, 가야시대 우륵,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 ‘응답하라 1970년대’의 가느다란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현대에 이르는 여러 편의 이야기는, 결국 ‘함양’이란 삶의 터전을 무대로 살아가는 소설 내부의 실존들에 의해 증명되리라 봅니다. 어떤 문학이든 불가역적인 공간은 존재하지 않지만, 삶의 무대로서 공간적 진정성에 대한 의문과 당위를 통찰하는 것은, 마치 연금술사가 세상에 없는 금속을 빚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로서 반드시 거쳐야 할 기본적인 요건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은?아주 어렸을 적부터 살아온 곳이라, 너무 익숙한 나머지 친밀감이 다소 상쇄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곳을 떠나온 지 30년이 넘기는 했지만, 작가 스스로 태생과 연관 짓기보다는 객관의 사유를 유지하면서 소설을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것은 작가의 태생과 무관한 지점에서의 작가 스스로 ‘타자’의 위치에서 바라볼 때 소설의 최적화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보르헤스가 증명한 그노시즘(Gnosticism)적이면서도 카발라(Qabalah)적인 우주관을 기본으로 한 자아 개념에 해당되며, 삶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누구든 무한히 복사되고 투사되는 신성의 한 형태로서의 인간상을 제시하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인간상에서의 개별자의 정체성은 존재의 의미에 부합하는 중요성을 상실하고, 보편자의 원형만을 희미하게 보여주기 마련이며, 이러한 ‘보편적 존재관’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 서사문학의 재발견은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참신하기도 했습니다. ◆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은?소설집 첫 편에 등장하는 <누에의 꿈>에서 연암 박지원과 누오가 마지막으로 설하멱을 나누어 먹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설 속 누오는 이 책에 수록되지 않은 <절대미각>이란 소설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수라간 나인의 자격으로 오랜 시간 나라의 맛을 기다리는 자로서 기나긴 생의 성찰을 통해 맛의 진경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누에의 꿈>에서 누오와 박지원은 각자의 길을 놓고 헤어질 수밖에 없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의 사연은 현대인의 살아가는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대체로 글은 잘 써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하루에 많은 분량을 집필하기보다는 조금씩, 개미 같은 근성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써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문에 저의 글은 더디긴 하지만, 빠르게 쓴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글이 안 풀리는 날엔, 흐리든 맑든 가끔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장을 메운 북카페에 가거나 하얀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동네 치킨집에 들러 쏘맥을 마시곤 합니다.  ◆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다시피 소설의 공간은 작가에 의해 창조되거나 실제의 현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실적·공간적 제한을 넘어 ‘어느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의 ‘함양’에 관한 공간적 정체성은 아주 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고향’에 대한 유토피아적 공간에 해당되며 누구든지 인생을 열어가는 데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시간 이미지로서의 ‘공간의 역사’를 보여준다 하겠습니다.